이야기에 앞서 수능 모의고사 연계 교재인 ‘EBS 수능완성’ 19강 2번 지문을 함께 보도록 하겠습니다.
Put at its simplest, the problem of induction can be boiled down to the problem of justifying our belief in the uniformity of nature across space and time. If nature is uniform and regular in its behaviour, then events in the observed past and present are a sure guide to unobserved events in the unobserved past, present and future. But the only grounds for believing that nature is uniform are the observed events in the past and present. (Perhaps to be precise we should only count observed events in the present, especially when claims about the past also rely on assumptions about the uniform operations of nature, for example memory.) We can’t then, it seems, go beyond observed events without assuming the very thing we need to prove — that is, that unobserved parts of the world operate in the same way as the parts we observe. Believing, therefore, that the sun may possibly not rise tomorrow is, strictly speaking, not illogical, since the conclusion that it must rise tomorrow does not inexorably follow from past observations.
아래는 해석입니다.
가장 간단하게 말해, 귀납적 결론의 문제는 시공을 초월한 자연의 일관성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정당화하는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 자연의 행동이 한결같고 규칙적이라면, ‘관찰된’ 과거와 현재에 일어난 사건은 ‘관찰되지 않은’ 과거, 현재, 미래에 일어난 관찰되지 않은 사건에 대한 확실한 안내서이다. 그러나 자연이 한결같다고 믿는 유일한 근거는 과거와 현재에 일어난 ‘관찰된’ 사건이다. (아마 정확을 기하기 위해서는, 특히 과거에 대한 주장도 역시 자연의 한결같은 작용에 대한 추정, 예컨대 기억에 의존할 때, 우리는 ‘현재’에 일어난 관찰된 사건만 인정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가 입증할 필요가 있는 바로 그것, 즉 세계의 관찰되지 않은 부분도 우리가 관찰하는 부분과 같은 방식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가정하지 않고는 관찰된 사건을 넘어설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태양이 내일 ‘어쩌면’ 뜨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믿는 것은 엄격히 말해 비논리적인 것은 ‘아닌데’, 태양이 내일 떠야 한다는 결론이 과거의 관찰로부터 필연적으로 불가피하게 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의 고등학생들은 위의 지문을 읽고 1분 30초~2분 안으로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두 번 읽을 시간은 없습니다.
유튜브에는 원어민들이 한국 수능영어의 답을 찾지 못해 당황해하는 영상이 수두룩합니다. 이를 두고 많은 이들은 한국 영어교육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를 이야기합니다.
확실한 건 한국에서 영어 평가의 목적이 ‘외국인과 얼마나 잘 소통할 수 있는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수능 1등급 맞았다고 외국인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앞서 이것을 경험한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영어유치원에 그리고 초등학생이 되면 원어민이 있는 어학원에 보냅니다. 하지만 자녀들이 중학생이 되면 결정의 순간이 옵니다. 특목고에 가든 일반고에 가든 어차피 수능을 치러야 하니 어학원은 이제 그만 다니고 입시학원에 보내야 하지 않을까? 회화는 대학생이 되어서도 익힐 수 있으니 일단 지금은 대입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현실과 타협하며 아이들을 입시학원으로 보냅니다. 그러면 학생들은 몇 년간 입을 닫고 열심히 강의를 들으며 문제만 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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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한국 수능 영어의 목적은 도대체 무엇인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아까 언급했듯이 의사소통 능력은 분명 아닌 것 같으니 다른 이유가 있음이 분명합니다.
학원 강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대학 수학능력 시험이라 함은 말 그대로 대학에서 공부를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를 측정하는 것이다. 그러니 의사소통보다는 영어로 된 전공과목을 잘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는지를 평가하는 게 맞다’는 주장입니다. 이런 식으로 어렵고 난해한 글들로 가득한 현 수능 영어의 현실은 쉽게 정당성을 얻습니다. 게다가 원문 글 전체가 아닌 일부분만을 편집해서 문제로 만들었으니 원어민들도 어려워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은 어려운 글을 읽고 문제를 풀기 위해서 학원에 의존하게 되고, 학원은 이런 학생들에게 빠르게 읽기, 출제자의 의도 파악하기, 숨겨진 힌트 발견하기와 같은 ‘기술’을 가르칩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문제 푸는 기술이 향상될수록 문제는 더욱 난해하고 복잡해집니다. 네, 그렇습니다. 변별력 때문입니다.
학생의 학업부담을 줄이고 사교육을 억제하려는 방안으로 절대평가 방식이 도입되었지만 교육 당국자들은 1등급을 받는 학생이 많이 나오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나 봅니다.
어려운 글을 읽고 문제 푸는데에 오랜시간 집중하느라 외국인 앞에서 입도 뻥끗하지 못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찬가지입니다. 그렇다고 수능에 영어 말하기를 추가할 수는 없습니다. 그랬다가는 사교육 광풍이 몰아칠 것입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대한민국의 학생들은 오늘도 영어를 (말)하지 않고 영어를 공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