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부 상황 1.
– 선생님, 배가 아파서 숙제를 좀 못했어요.
– 아이고! 많이 아팠어? 지금은 괜찮고?
– 네, 지금은 괜찮아요.
– 그랬구나, 그럼 못한 숙제는 남아서 하고 가요.
초등부 상황 2.
– 선생님, 숙제를 하긴 했는데요 학교에 두고 왔어요.
– 아이고! 숙제를 학교에서 했어?
– 네.
– 뭐, 그럴 수도 있지. 안타깝지만 그 숙제 남아서 다시 하고 가요.
잠시 후, 숙제를 모두 마치고 검사 받으러 학생이 오면,
– 혹시 아까 선생님이 남아서 숙제하라고 했을 때 속상했니? 숙제를 일부러 안 해온 것도 아니고 사정이 있었는데도 남아서 하라고 하니까 억울했니?
– 뭐 꼭 그런 건 아니고요…
– 선생님도 ‘아, 그랬구나. 그럼 다음 시간까지 해와요.’ 또는 ‘다음 시간에 가지고 와요.’라고 할 수도 있었는데 나중에 혹시라도 숙제를 하기 싫거나 다 못했을 때, ‘아팠다고 할까, 아니면 숙제를 두고 왔다고 할까’라는 생각이 떠오를 수도 있잖아. 선생님은 네가 그런 유혹에 빠질 가능성을 만들고 싶지 않은 거야.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다른 학생들이 ‘아팠다고 하거나 숙제를 학교에 두고 왔다고 하면 그냥 넘어가네. 그럼 나도?’라는 생각을 하게 하고 싶지 않아. 이해하지?
다행스럽게도 이 정도로 설명을 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동의하고 받아들입니다. 부작용이 있다면 숙제를 안 했을 때 아예 결석을 하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이때는 부모님의 협조와 결단이 좀 필요하지만 각 가정마다 상황이 다르다 보니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서 중학생이 되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선생님 제가 이래저래 해서 숙제를 못했거든요. 남아서 하고 갈게요.”라고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