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생각을 하면 일어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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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중등부 수업 시간, 글을 읽고 주제를 찾는 문제를 풀던 학생이,

  • 선생님, 그런데요. 윗글의 정답이 1번인 건 알겠는데요. 2번은 왜 안 되죠?
  • 왜 2번이라고 생각하는데?
  • 저는 이렇게 저렇게 (중략) … 읽었거든요. 그렇게 보면 윗글의 주제는 2번도 괜찮을 것 같아요.
  • 와! 그걸 그렇게 이해했다고?
  • 왜요? 이상해요?
  • 아니, 네 말도 일리는 있는데…

창의교육이 대세로 자리 잡은 요즘, 초등학생들은 ‘답은 여러 개일 수 있다. 같은 사안에 대해서 다른 의견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라고 배우고 있습니다. 열린 결말의 책도 많이 읽고, 글을 읽을 때도 각자 자신의 입장을 가지며 다양한 관점에서 보도록 장려 받습니다. 그 결과, ‘자기 생각’이라는 것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얼마 전 서장훈이 나오는 학습지 광고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자기 생각’을 가지는 학습을 하며 초등학교를 지나온 학생들은 중학교를 거치고 수능 준비를 하면서 ‘자기 생각’을 버리고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연습을 하게 됩니다. 만약 자기 생각을 ‘고집’하고 다양한 관점으로 글을 읽으면 답이 2개가 되는 일이 생깁니다.

​빠른 시간 안에 유일한 정답을 찾아야 하는 수능이 버티고 있는 한, 초등교육에서의 어떠한 혁신도 성공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수업을 하다 보면 내가 아이들의 창의성의 발현을 차단하고 억제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을 하게 됩니다. 수업 시간에 이런 고민을 내비쳤더니 어느 고등학교 학생이 “괜찮아요, 저도 문제 풀 때를 제외하고는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문제 풀 때만 잠시 멈추는 거예요.”라며 나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그게 가능하다면 다행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