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듣기 문제를 풀던 중이었습니다. 묘사하는 스포츠의 이름을 맞추는 비교적 쉬운 난이도의 문제였습니다. 손을 사용한다는 언급이 있었고 정답은 배구였습니다. 유일한 오답자인 학생 A는 테니스를 선택했습니다. 맞출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는 학생이었기에 이유를 물었는데 학생이 하는 말이, “테니스랑 배구 둘 중에 고민했어요. 그런데 테니스도 손으로 하는 운동 아닌가요?” 학생 A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변 학생들의 즉각적이고 단호한 반박이 이어졌습니다. “아니, 어떻게 테니스를 손으로 치냐? 라켓으로 치는 거지”. 그러자 학생 A는 “어찌 됐든 라켓도 손을 사용하는 거잖아”.라며 논쟁을 어어 갔습니다. 학생 A는 본인이 실수로 틀리고서는 그냥 장난삼아 억지를 부리는 것일 수도 있었겠지만, 저는 재미있는 주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나 – 그러니까 지금 네 생각으로는 테니스, 배드민턴, 그리고 야구 모두 손으로 하는 운동이다?
학생 A – 네!
나 – 도구는 손의 확장이니까?
학생 A – 네?
나 – 너는 테니스 라켓을 손의 확장된 형태라고 주장하는 거잖아.
학생 A – 그… 그… 렇…죠
나 – 대학교가면 배우게 될거야. 의학 특히 철학, 미디어, 기술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루는 주제야.
학생 A – (웃으며) 정말요?
나 – 응, 나도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이지? 누가 도구를 손의 확장이라고 주장할까?” 생각했는데 그게 바로 너였네.
학생 A – 어! 저 그럼 이 문제 맞은 건가요?
나 – 아니 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충분히 생각해 볼 문제이긴 하다. 다른 친구들 생각은 어때?
Clothes are people’s extended skin, wheels extended feet, camera and telescopes extended eyes.
Marshall McLuhan